본문 바로가기

허당제임스 소확행 이야기

마음공부 하는 날

반응형

비 온 뒤 다음날 맑은 날씨 가운데 청명하고 먼지 하나 없는 좋은 오늘이지만 어떤 날은 날씨와 상관없이 엉망인 날이 있습니다.
아껴 사용하던 만년필의 뚜껑이 본체에 꽉 끼게 되어 고장이 났습니다. 파버카스텔 만년필 고객 서비스 센터에 문의하니 제품을 동봉하여 보내라고 합니다. 확인 후 수리 가능한지 알아주신다고 합니다. 어디 이뿐이면 다행입니다. 아침마다 신선한 토마토 과일주스 갈아주었던 블랜더가 말썽을 일으킵니다.
우~웅, 우~웅, 소리만 요란합니다. 닌자 표창 같은 블랜더 날이 좀채 움직일 생각을 안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집사람이 달래 보듯 블랜더 본체를 손으로 몇 대 때려 봅니다. 어라! 돌아가네. 이 녀석, 사람 가리네.

우지끈, 의자 다리가 댕강! 앉아있다 기지개 펴며 몸을 잔뜩 폈더니만 무게중심을 잃으며 의자가 뒤로 벌렁! 엉덩방아 찧으며 순간 얼음이 되었습니다. 아프기도 하거니와 내 몸무게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버티었을 의자에게 미안한 감정도 듭니다.

불행은 일시에 찾아오는 무서운 악마와 같다고 했던가요?
애지중지 다루었던 비츠 솔로3 헤드폰의 이어 캡션이 어이없이 쑥 빠져버립니다. 본래 내구성이 약하다고 평이 나있던 제품이라 애지중지 다루었건만 이런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애플 서비스센터에 채팅으로 우리 아이(헤드폰)좀 구해달라고 요청해 봅니다.

닥터드레 비츠 솔로3, 이어캡션이 쑤~욱 빠진 모습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고객 과실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채팅 화면과 핸드폰 통화 저너머에서 고객의 눈치 살피느라 조마조마해하는 센터 직원의 맘이 느껴집니다. 그래요, 나 진상고객이에요. 과거에도 이런 경험이 있어 예외적인 조치로 무상 교환을 받았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맘으로 내심 기대하고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기대와 달리 유상 교환에 대해 안내합니다.
맙소사, 새로운 제품으로 교환비용이 16만원에 달합니다. 이 돈이면 좀 더 보태서 다른 새 제품을 사겠다고 뽀글뽀글 게거품을 물어댔습니다. 선임 담당자로 연결되더니 좀 더 다른 가능한 조치가 가능한지 알아보겠다며 일주일의 시간을 요청해 옵니다. 일단 기다려 본다고 했으나 예상컨데 달리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냥 사설 수리점을 알아보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이로울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문의해보니 3~5만 원이면 이어 캡션을 교체 가능할 듯싶습니다.

세상일이 그러하듯 물건도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맘에 괜한 고집을 부려보기도 합니다. 아주 간절히 오랫동안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 한 구석에 둔중한 쓰라림이 함께 합니다.
나의 영향력이 미쳐 닿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하여 감내하며 곱씹는 과정이 인생의 모습이라 인정합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어 내자는 나의 고백과 결심이 온데간데없이 온통 화만 가득한 날입니다.
다시 마음을 추슬러봅니다. 서비스센터 직원도 그들의 맡은 바에 따라 응대했을 뿐인데 괜스레 고집을 피운 것 같아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달나라까지 로켓을 보내는 이 세상이지만 가장 가까운 내 마음의 모습에는 까막눈이라는 혜민스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내 뜻데로 안된다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기 보다는 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라는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공부의 기회가 온 날이라 생각하렵니다. 후아~! 들숨날숨! 숨 쉬어 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