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당제임스 소확행 이야기

조금은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레몬밤 그리고 몬스테라

반응형

 

Anne of Green Gables, 넷플릭스

 

'이 세상에 좋아할게 많다는 건 참 신나는 일이에요'

고아원에서 나온 빨강머리 앤이 입양되기 전 매슈를 만납니다. 그리고 매슈와 마릴라가 살고 있는 그린 게이블스(Green Gables)로 마차를 타고 갑니다. 마차 타고 가며 쉴 새 없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앤은 그린 게이블스 집 앞에 이르기 전 다리를 바라보며 상상합니다. 다리가 접히며 무너지는 상상, 다리가 와르르 무너질 때 나는 소리, 그러면서 앤은 말합니다. '이 세상에 좋아할게 많다는 건 참 신나는 일이에요.' 세상에는 신나는 일이 많다는걸 잊고 살지 않았나 생각 듭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신나는 일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최근 들어 책 읽는 재미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보는 재미, 오버워치, 디아블로3 등 게임하는 재미 그리고 작은 물고기들 돌보며 수초를 다듬으면서 수조 속의 자연을 구상하는 재미 등등에 빠져들었습니다.

 

'농부가 꿈인 루시, 레몬밤 키워볼래?'

루시가 직접 심은 레몬밤 허브씨앗

어느 날 우리집 딸래미 루시가 갑작스레 말했습니다. "아빠, 난 이다음에 커서 농부가 될 테야!" 무턱대고 농부가 되어 보겠다는 딸아이. 우리 루시는 왜 갑자기 농부가 된다고 말했을까요? 이유를 물어보니 이랬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루시는 수학 방정식을 배웁니다. 그리고 거리와 시간에 따른 X값을 구하는 문제로서 해답을 구하는 학생이 한 번의 물음에 쉽게 대답한다면 문제집의 자존심에 흠이라도 될까 봐 꽈배기처럼 베베 꼬인 문제가 딸래미 루시를 괴롭힙니다. 그러면서 루시는 말합니다. '대체 살면서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할 때가 있기는 한 거야? 대체 이걸 내가 왜 배워야 하는 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해서 공감을 해주기도 하고 깊게 들어가서 알아두면 사는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가 될 거라고 타일러 보기도 합니다. ㅎㅎ

농사라는 것이 흙이라는 자연을 터전 삼아 식물을 키워나가는 간단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는 모양입니다.

부모님 세대야 시골에서 나서 자라시고 어려운 시절 농사일해가시며 살아들 오신 인생이지만 저만해도 서울 도시에서 나고 도시에서만 자란 나로서는 농사짓는 일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품고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런 일화를 부모님께 말씀드리며 저도 루시와 함께 딸기농사지으면 어떨까요하면 농사일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고 고개 지으시기도 합니다.

 

'조금은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음악가이자 작가인 임이랑 님은 '조금은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라는 책에서 종로5가 꽃시장 그러니까 신진시장에 종종 들러 작약 한다발 사 오기보다 구근이니 숙근이니 하는 뿌리식물도 사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에는 700원짜리 수박 모종을 사 와 자신의 집에서 키워낸 경험을 얘기합니다. 햇살 가득 머금은 수박을 석 달 내내 키워내며 맛본 수박의 맛은 시장에서 사다 먹는 아주 달달한 수박은 아니었지만 본인의 세상에서 가장 맛난 수박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석 달 동안 키워내며 수박 식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넘쳤음을 말합니다.

임이랑 님처럼식물에 반해버리는 순간의 경험을 딸아이가 경험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마트에서 구입한 레몬밤(Lemon Balm) 씨앗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농부가 되고 싶다는 딸아이에게 조금은 근접한 꿈을 미리 선사해 주고 싶었습니다. 농사는 식물을 키워내는 일이니까 직접 경험해 보라는 의미였습니다. 작은 일부터 경험해서 해보지 않을 일로부터 경험을 낳게 한다면 그 경험의 기대치를 통해 다른 일들에 대한 가능성을 낳게 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전에 없던 감성이 생겨지기도 합니다. 전에 몰랐던 식물사랑이라고나 할까요? 바라만 봐도 점점 빠져들고 녹색이 주는 안정감이 저를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올봄에는 몬스테라 식물 화분을 들여볼까 고민 중입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화분도 있지만 당근마켓에서 저렴하게 분양하시는 분은 없나 두리번거리는 중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화훼단지 같은 곳에도 가 볼 생각입니다. 세상에 좋아할게 많다는 건 참 신나는 일입니다.

 

#레몬밤(Lemon balm)

다년생 허브(학명 : Melissa offcinails). 재배하기 쉬운 허브이며, 레몬과 유사한 향을 가진 레몬밤은 감정을 편안하게 진정시켜주고 심장의 박동수와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씨앗 파종 3~4개월 후 개화를 하며 주의할 점은 씨앗이 발아할 때까지 절대로 물을 말리지 말아야 하며, 싹을 틔운 후에는 물을 자주 뿌려줄 경우 뿌리가 썩을 수 있으므로 약간 건조하게 관리하여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레몬밤, 청농종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