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 드라이브는 즐겁다'
아, 이런! 정말 감동이잖아. 오늘 오후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천호동에서 군자동으로 향하며 퇴근길 정체로 조금씩 가다 서다 반복하는 중이었습니다. 차창밖, 붉게 물든 노을, 퇴근길 걸음을 서두르는 사람들, 모두가 다 그림 같잖아. 순간 소름이 쫙~. 라디오에서 나오는 시낭송. 자동차 창 밖 프레임 속 그림을 보며 클래식 FM에서 나오는 윤동주 님의 시가 순간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윤동주
'시, 영감을 전해주는'
아, 좋다. 영화배우 안성기 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별이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들었다면 더욱 제격이었을 텐데요. 밤하늘의 별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다 주는 모양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음, 이참에 마음을 울리는 시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2016년 <무한도전>에서 황광희 님과 개코 님이 함께 부른 노래(피처링 오혁) '당신의 밤' 노래도 떠올려집니다. 헉, 오혁, 별들이 노래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나만의 공간 속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별 헤는 밤 시를 듣고, 고흐의 그림을 떠올리기도 하고, 추억의 노래도 들어봅니다. 그래서 나 혼자 드라이브는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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